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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focus.kr >> 유럽 > 스페인

스페인...나비의 꿈 헤레스 데 라 프론테라

황금빛 노을이 지는 하늘을 물들이면서 해가 서서히 긴 잠을 자러 가는 시간에 사람들은 서서히 도시로 나온다. 이제 도시는 깨어나려고 조용히 기지개를 켠다. 그 사이에 앉아 커피가 아닌 이곳의 명주인 셰리주를 한잔 주문한다.
엷은 색으로 물드는 술잔은 하늘빛과 닮았다. 담백하면서 달콤하다. 자리마다 한잔의 술잔을 앞에 두고 옹기종기 이야기 나누는 모습 속에서 이방인의 고독이 찾아든다.
여행을 반정도하면 어느 덧 몸에 배어오는 여행자의 피곤과 외로움이 해일처럼 덮쳐 올 때가 있다. 특히 이런 시간들. 모두들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때 나만 외계에서 추방당한 것처럼 외롭다. 단아한 건물들은 눈이 부시고 종려나무는 더한층 이곳을 이방인의 도시답게 이국적이다.
잔잔한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린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보았던 장면이 쑥 빠져나온다.

어느 이런 봄 날 제자는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가지를 보고 스승에게 물었다.
'저 움직이는 것은 나무가지가 움직이는 걸까요? 바람이 움직이는 걸까요?'
스승은 대답했다.
'움직이는 것은 마음 뿐이다.'

그래 움직이는 것은 저 곱게 물드는 하늘도 아니고 한잔의 달콤한 셰리주도 아니다. 그저 내 마음이 흔들릴뿐이다.   언제나 불혹이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꿈꾸며 흔들리며 살자했던 생각대로 이곳에서의 한잔에 담긴 고독의 술잔을 마시자 하고는 마음을 내버려둔다.

                          달콤한 셰리주에 달콤 씁쓸한 인생

이곳은 포도밭으로 둘러싸여 있는 안달루시아 지방으로 헤레스의 옛이름 셰레스가 잘못 전해져 영국으로 건너가면서 셰리라는 명칭의 와인이 만들어진 유명한 곳이다. 온후한 기후와 적당한 바람으로 팔로미노 포도품종을 사용하여 기른 포도로 9월 네째주에 수확한다.   햇볕에 건조시켜 당도를 높인 다음 압착하여 발효시킨 술로 특히 달콤한 디저트 와인으로 마시는 셰리의 맛이 뛰어나다.
셰리주를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은 술저장고, 셰리 양조장인 보데가(Bodega)를 방문해야한다. 이 작은 도시에 무려 30개정도의 보데가가 있는데 가이드를 끼고 안내를 받을 수 있는 대형보데가도 있다. 가장 오래된 페드로 도메크에 가면 저장 술통에서 배어나오는 향기로움 그윽한 술을 시음할 수있다.
그리고 왕립안달루시아 마술학교의 마장마술이다. 기수 양성과 말의 혈통 선발을 하는 이학교는 기술과 전통을 자랑함에 있어 마술학교의 원조격으로 유럽최고로 손꼽힌다.   예약이 필수인 '안달루시아 말들이 춤춘다'라는 승마쇼는 안달루시아 전통 의상을 차려입는 기수와 화려하게 치장한 말이 하나가 되어 우아한 춤의 행진을 통해 마장마술의 묘미를 보여준다.
안달루시아 플라멩코 센터는 바로크, 로코코 양식의 건물로 이곳이 플랑멩코의 본고장임을 보여주는 곳이다. 플라멩코 춤을 추는 판화들이 벽을 따라 전시되어 되어있고 플라멩코 강당, 연습장까지 갖추어져 있다.
시계 박물관 '라 이탈리아'는 이탈리아 궁전 내부에 17-19세기에 제작된 300여개의 예술성이 가미된 시계들이 작은 것부터 큰 시계까지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이 시계들은 모두 작동되는 것으로 정시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음율에 따라 행진곡을 벌인다.

                                일장춘몽의 축제

9-10월 사이에 열리는 축제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온다. 헤레스 데 라 프론테라의 도시를 압축해서 표현할 수 있는 플라멩코의 페스티발이 열리는 이 때에는 셰리주와 기마행렬이 어울러져 흥분의 도가니가 되는 것이다. 전율하는 기타와 춤이 어울려진 이 축제에 도착하지 못하더라도 이곳은 작고 아담하면서 여행자의 낯선 충만감과,여독과 외로움이 밀려오는 이국적인 도시지만 한잔의 셰리주로 이 모든 것을 달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또한 아름다운 도시이다.
도시를 떠나려니 봄 날은 가고 가을의 축제의 마당도 끝난 듯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어김없이 다시 채어진 셰리주 잔에 담겨나온다.

가을 날 제자가 밤에 자다 깨어나 슬피 울고 있었다. 스승이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슬픈 꿈을 꾸었느냐?'
제자는 대답했다.
'아니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스승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우느냐?'
제자가 대답했다.
'그 꿈은 결코 이루어 질수 없기에 슬피울었습니다.'

입력 : 2007-02-10, 09:50 (GMT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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