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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focus.kr >> 유럽 > 벨기에

당신의 파랑새는 어디있나요? 겐트.. Gent

  인연처럼 와닿는
 
일요일 아침이라 한산한 거리에 주차를 하고 내렸습니다. 간간히 트람웨이가 지나가며 달콤하게 잠든 도시를 깨웁니다. 그래도 꿈쩍하지 않네요. 고요하고 적적한 도시에 햇살이 가득 퍼져 저마저 포근하니 유해집니다.
첫 발자욱을 내딛지만 이곳은 익숙한 친밀함을 줍니다. 당신도 처음 간 장소가 한번 와본 곳 같은 생각이 드는 장소가 있지요? 혹은 누군가를 만나면 처음 본 사람인데도 오랫 동안 함께 한 친구처럼 다가오는 사람이 있지요? 저는 당신을 보았을 때 전생에 인연이 있던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가만히 오래도록 보면 더 좋은 사람, 그런 당신이 이 곳에서 떠오른 것은 아마 이 도시가 꼭 당신 같기에 그럴 겁니다.                                      
천천히 깨어나기 시작한 도시를 산책을 하는데, 갑자기 구시내 복판에 진짜 성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성은 피오나 공주예요. 피오나 공주 보러 얼른 들어가자고 뛰어갑니다. 제가 보아도 그 성에는 공주가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는 성당을 봐야...

하지만 갇혀 있는 공주가 아니라 프랑드르 백작과 이미 파랑새를 찾아서 살고 있는 공주요. 프랑드르 백작이 거쳐했던 성으로 그리 크지 않지만 레이에 강을 끼고 아름다우면서 웅장하게 서 있습니다. 성을 나와서 고딕 양식의 정수를 보여 주는 성 바프스 성당에 들어갔습니다. 한국에 가면 사찰을 둘러봐야 하듯이 유럽에서는 성당을 들어가봐야 합니다.  
성당 안에서 유명한 반 에이크 형제의 '신비로운 어린 양의 예배'를 보고 저는 기도를 했답니다. 당신을 위해서요.
겐트는 벨기에의 어떤 도시보다도 옛 건물이 잘 보존되어 있고 여러 건축 양식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거기다 도시 주변의 꽃 재배자들은 전세계로 꽃들을 판매하며 매 5년마다 겐트 꽃 박람회를 열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듭니다.  
강을 따라 산책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광장 앞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잔에 함께 나오는 과자가 한국에서도 주는 lotus 과자더라고요. 커피에 찍어 먹기를 좋아하던 당신은 그 과자가 벨기에 산인지 알았나요? 저는 여기 와서야 알았습니다.
                         
당신은 파랑새를
알고 있나요?

가난한 나무꾼의 자식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 받는 것에 서운해 하는 아이들이 요술쟁이 할머니의 부탁을 받고 파랑새를 찾아나서는 아이들의 동화이야기. 꿈 속에서 여러 요정들과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달이 비치는 숲 속, 미래의 나라를 돌아다며 파랑새를 찾는 모험이 담긴 이야기를 기억하지요? 밤의 궁전에서 파랑새는 빛을 받는 순간 모두 죽어버리고, 달이 비치는 숲 속에서는 나무와 동물들이 인간을 증오하는 마음을 표현하며 공격해와 손에 넣지 못해요. 그렇게 일 년 동안 모험을 하는 이야기 속을 우리는 같이 꿈을 꾸며 모험을 즐깁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와 함께요.
일 년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고 생각하면서 엄마 아빠에게 여행 이야기를 하지만 부모님은 몹쓸병에 걸려 헛소리를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을 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행복해요. 하찮게 보이던 집이 편안하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보금자리라는 것을 꿈 속의 여행으로 알았거든요. 부모님의 사랑도 느낍니다. 더구나 집에 있던 회색의 새가 파랗게 변해 있었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결코 먼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담은 이 이야기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합니다.
이 이야기를 쓴 작가는 겐트에서 태어나 법과 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활동한 메테를 링크가 쓴 작품입니다. '빈자의 보물',   '영지와 운명', '개미의 생활' 등이 있지만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작가의 이름보다는 파랑새이죠. 이 작가는 파랑새로 191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겐트에서 성장한 이 작가가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이 도시가 가진 매력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도시는 사람을 몽환처럼 따뜻하게 안아 주는 도시입니다.
제가 이렇게 여행을 떠다니는 것도 파랑새가 있는 제 자신에게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겐트는 속삭입니다.
그리운 당신, 당신의 파랑새는 지금 당신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찾아가는 길... 브뤼셀에서 40분, 브뤼쥐서 25분으로 두 도시의 중간 지점에 있습니다.

@조미진, 칼럼니스트@

입력 : 2005-11-02, 23:16 (GMT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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