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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지역 고등학교 한국어 수업 문제

파리와 일 드 프랑스 지역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베르싸이나 크레테이 학군의 학교에 다니는 일부 학생들에게는 한국어 수업을 받을 기회가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더구나 이미 학기가 시작된 후에서야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은 주 프랑스 대사관 교육원에 대해 실망감을 표하고 있지만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교육원과 학부모는 물론 한인사회 전체가 지혜를 모아 대처해야 할 것이다.

# 학부모들, 9월 초에 문제 확인

9월 초, 고등학교 한글 수업 개학 관련 정보를 기다리는 대부분의 학부모들 중 한 학부모는 곧 새 학기가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수업에 대한 안내가 없어서 점점 불안감을 느껴 담당 강사에게 통화를 시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연결이 되지 않아 다른 학부모들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들도 역시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결국 교육원으로 직접 연락하게 되었고 교육원은 당시 상황, 즉 이미 파리 교육청 담당자는 원칙대로 뒤 리 고등학교에 개설되는 한국어 수업에 파리 시내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만 참여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듣게 된다. 이후 학부모들간에 단체 카톡방 등의 연락망으로 정보를 나누면서 비로소 이 내용이 많은 학부모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이어 다수의 학부모들과 교육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수업 재설을 다짐 받고 현재 교육원의 해결책을 기다리고 있다.

# 1년 동안 감춰 온 문제가 학기 시작 후에 불거져

그런데 정말 심각한 것은 이미 1년 전부터 이러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프랑스 대학 입학 자격 시험인 바깔로레아에서 한국어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었고, 제 3외국어로 선택하여 다소 유리한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이미 수년 전부터 가능했다. 한국 총리가 프랑스를 방문하여 한국어 위상 제고를 요청하는 등 여러 노력으로 지난 해부터는 실제로 제2외국어, 즉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외국어 2개 과목에 한국어가 23번째 언어로 채택됨으로써 대단한 성과로 발표되기도 했었다. 비중이 좀 더 높아짐으로써 수업을 들으려는 학생이 늘어났지만 이는 동시에 프랑스 공-사립 학교에서 제2 혹은 제3외국어로서의 한국어 수업 시스템에 근본적인 허점이 노출되는 계기가 되었다.

파리 지역에서 정규과목으로서의 한국어 수업이 개설되는 빅토리 뒤 리 학교에 파리 지역 학생들 전체가 몰리면서 수요일 오후와 토요일 오전이라는 규정된 시간 외에 토요일 오후에 시행된 수업도 분반이 불가피해졌고, 파리 교육청과 정식으로 합의를 거치지 않은 채 교육원이 분반을 강행했다. 이미 강사 자격을 정식으로 인정 받아 강의와 성적 부여에 문제가 없었던 한 ‘인증받은 교사’ 자격을 갖춘 한 선생에게 뒤 리 학교 수업 모두를 맡으라는 교육청의 요구를 주불 대사관 교육원이 임의대로 4분의 강사에게 의뢰해서 진행하였기 때문에 파리 교육청은 인증 교사 외 다른 강사들에게는 강사료 지불을 거절한 상태였다.

지난 해에는 다행스럽게도 일단 강의가 개설되었고, 학생들이 원래 다니는 학교에서 학점을 주었기에 한국어 수업을 듣고 학점을 받지 못하는 불상사는 없었지만, 주불 대사관 교육원은 강사 초빙에 대한 추천권도 없어졌고, 약간의 재량권도 다 빼앗긴 상태다. 미 지급 강사료 중 일부는 교육원이 지불했지만 파리 교육청이 약속한 강사료는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았다. 한국어 국제섹션 등의 협력 사업과 달리 한국어 교육 강사료는 전액 해당 교육청이 지불하는 것으로, 한국 정부의 지원 대상이 아니다. 현재 교육청이 인증해준 강사는 4명 뿐으로 한국어 수업을 정상적으로 늘일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문제들이 드러난 것도 강사료를 받지 못한 교사들이 교육원에 이를 알리고 강사료 지불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지난 6월에서야 파리 교육청과의 면담을 통해 강사료 문제 외에 한국어 수업 관련 문제점들을 알게 된 것이다. 강사료 미지불, 교육원 행정원 사직 등 일련의 불미스러운 일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 관련 의혹들은 상당수의 교민들에게 올바르게 혹은 왜곡되어 퍼지면서 무분별하게 확대 재생산 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 현지 전문가 출신 교육원장?

투명성을 중시하는 프랑스 법률과 규정을 엿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세부 사항들이 인터넷에도 공개된다. 우리도 누구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 현지 전문가 출신이라는 전임 교육원장의 눈에 뜨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파리, 베르싸이, 크레테이 교육청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선택 과목들에 대한 상세한 안내가 나오고 있고, 공립과 사립으로 구분되어 안내되고 있으며, 교육청이 관할하는 ‘공립’ 학교들에 적용된다는 것도 너무나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중국어, 일본이, 베트남어 등에 대한 학군(아카데미)별 선택 가능 학교와 연합 수업 가능 여부도 안내 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어는 파리 교육청 자료에만 파리에서만 신청 가능하다고 표시되어 있고, 공립에 해당된다는 것도 분명하다.

공립과 사립의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소수이긴 하지만 사립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편법이 아닌 정상적인 신청으로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교육원이 준비했어야 했다. 그 대상 학교와 숫자가 적더라도, 실적을 내세우기에는 사소한 일이었어도 그런 일을 묵묵히 해야 하는 게 공무원이고, 공관의 책임자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꾸준히 해결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후임 교육원장에게 전달하지도 않아서 신임 교육원장은 6월에서야 파리 교육청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었으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업을 듣고자 기다리던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마는 것이다.

# 파리 교육청 주장에 대한 반박

어쩌면 파리 교육청의 담당자가 바뀌면서 엄격한 적용으로 인해 사태가 심각하게 불거졌을 수도 있지만 이 또한 반론의 여지가 있다. 파리, 베르싸이, 크레테이 학군 전역에서 적용되는 서류를 보면 중국어의 경우 이미 많은 공립과 사립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일부 수업은 일 드 프랑스 전체 학생들이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된 자료가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외국어 선택권을 보장하면서도 일정 수 이상의 학생을 모아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지역별, 학군별 연합 수업도 있고, 일 드 프랑스처럼 인접한 학군 학생들도 신청할 수 있다는 서류가 있으니 각 학군 교육청을 상대로 충분히 합법적이고 지속적인 한국어 수업 신청이 가능하게끔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교육청 담당자의 호의를 바란다거나 자기 임기가 끝나가니 떠나면 그만이라는 책임 회피가 이번 사태를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2011년에 빅토르 뒤 리 고교에서 한국어 수업이 시작될 당시의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미 그 수업은 파리 시내 학생들에게만 적용된다는 교장의 설명도 있었다. 프랑스 제도의 이해와 장기적인 준비가 미비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프랑스 교육부가 일정한 절차를 거쳐 인증해 주는 교사(Professeur contractuel)를 늘이기 위한 준비는 대단히 미흡했다.

파리 교육청에 대해서도 항의할 사항들이 적지 않다. 한국의 총리가 와서 요청하고, 교육부 장관이 참관하면서 떠들썩 하게 홍보했던 한국어 수업을 개설해 놓고는 한국어 강사를 뽑거나 자격증 취득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다. 또한 한국어를 23번째로 LV2 과목에 추가해 놓았지만 아직 신청자가 많지 않다 하더라도 베르싸이나 크레테이에서도 공립, 사립 학교별로 최소한의 신청 가능한 학교를 지정해서 신청 받을 준비를 해야 하는 것도 각 교육청 책임일 것이다. 자격증 등 일부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이미 담당자들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진행된 수업에 대한 강사료를 미루는 것도 프랑스 노동 정책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행위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협력 사업에만 성의를 보이고, 자기들이 전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외국어 과목 강사료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소홀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당장 해야 할 것, 그리고 근본적인 대책

주불 대사관 교육원은 인수 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해명보다는 당장 이번 학기에 수업 신청 기회를 박탈당하는 학부모들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 시급하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공립과 사립이라는 구분 등 프랑스 교육 시스템을 제대로 인식하고 지역별 공립 사립학교에 최대한 많은 신청 가능학교와 공식 협약을 체결하여 한국어 교육과 강사진 정식 채용 기회가 늘어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미 경제 규모나 사용 인구 면에서 23번째 외국어로 선정되었다고 자화자찬하기에는 한국어가 훨씬 큰 비중을 가진 언어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지원 없이도 프랑스가 적극적으로 기회를 늘여갈 수 있도록 당당한 협상과 제도적 성과를 기대해 본다.

아직은 시행 초기인 만큼 학부모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모임을 통해 한국어 수업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는 한국인 가정, 한불 가정, 프랑스 가정의 데이타 베이스를 최대한 정밀하게 작성하여 교육원의 업무 추진을 돕기도 하고, 프랑스 교육부나 지역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차후에는 과대한 포장과 교민지의 과도한 홍보도 경계해야 한다. 약간의 조사만 해봐도 과대한 언론 플레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데도 오히려 더 과대 포장하여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지속적인 발전에 해로울 뿐이다. 더구나 그 원인이 전임 교육원장의 직무 유기로 인해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확인도 없이 후임 교육원장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기사는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이부련 전임 교육원장의 해명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입력 : 2017-09-27, 23:07 (GMT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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